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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생존 프로토콜

무인도 생존 프로토콜 10화 과거의 교훈

by yyu009 2025. 6. 24.

<130년 전에 일본군이 쓴 동굴 일기>

 

호롱불이 거의 꺼져갈 무렵, 이도현은 잠에서 깨어났다. 동굴 안에는 희미한 불빛만 남아있었고, 밖에서는 새벽을 알리는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젯밤 벽면의 글귀들을 읽으며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130년 전 일본군들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그들도 동굴 안에서 호롱불을 켜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의 눈길은 다시 사그라드는 심지에 눈길이 멎었다.

기름을 보충해야지...”

중얼거린 도현은 호롱에 기름을 넣고 다시 불을 켰다. 정어리 기름 냄새가 동굴을 가득 채우자, 어젯밤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체취처럼 호롱불을 손에 든 그는 어젯밤에 미처 살펴보지 못한 동굴 구석구석을 다시 탐색했다. 벽면의 글자들을 더 자세히 읽어보니, 단순한 이름이나 날짜가 아닌 일기 같은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건, 일본 글인데, 할아버지가 항상 말씀하셨지, 일본놈들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제노역으로 끌려가신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를."

동굴 가장 안쪽의 평편한 벽면에서 특별한 기록을 발견했다. 다른 글자들보다 깊게, 정성스럽게 새겨진 긴 문장이었다.

다나카 이치로(田中一郎)18941015일부터 기록을 시작했다.’

호롱불에 어스름히 돋은 문장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칼로 날카롭게 그어진 한자와 일본어가 섞여 있었는데, 다행히 도현은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그래도 직장에서 배운 일본어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건설회사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했던 이도현은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혔다. 해외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일본어는 필수가 되었고, 지금에 와서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뜻밖의 도움이 되고 있었다. 과거에 일본 남자가 벽면에 또박또박 쓴 글자에 눈길을 옮기며 조심스럽게 읽은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 뜻은 알겠다...”

평소에 온갖 위기에 관련한 대응 매뉴얼을 작성해왔지만, 정작 자신이 과거에 표류했던 군인과 같은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한 남자가 남긴 한자와 일본어가 섞인 문장들을 숨죽이며 차근차근 해석해나갔다.

‘1018- 폭풍으로 군함 침몰. 나와 6명의 동료만 이 섬에 도착. 다행히 몇 가지 장비를 구할 수 있었다. 곧 구조될 것이다.’

‘1025- 일주일이 지났다. 신호 화약을 쏘았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식량이 부족하다. 조개와 해초로 연명하고 있다.’

‘111- 2주째. 사토 상병이 열병으로 죽었다. 하지마 중위는 구조대가 오면 시신을 옮긴다며 동굴 안쪽에 두라고 지시했다. 추위가 심해졌다. 불을 계속 피우고 있지만, 연료가 부족하다.’

이도현의 심장이 빨라졌다. 이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생생한 생존 일기였다. 자신보다 130년 앞서 똑같은 상황을 겪었던 사람의 실제 경험담이었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는 계속 읽어 내려갔다.

‘1110- 3주째. 또 다른 동료가 죽었다. 이제 5명만 남았다. 하지마 중위가 구조 신호로 높은 곳에 깃발을 세우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바람에 계속 날아간다.’

‘1120- 한 달째. 겨울이 다가온다. 밖은 추위가 견딜 수 없을 정도다. 동굴이 있어서 다행이다. 식량이 거의 떨어졌다.’

침을 꿀꺾 삼킨 도현은 동굴 깊숙이 꺾어진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구체적인 생존 기술들이 더 기록되어 있었다.

‘1125- 하시모토 병장이 좋은 방법을 찾았다. 갯바위 틈에 큰 조개껍질로 함정을 만들어 게를 잡는 것이다. 하루에 10마리 정도 잡을 수 있다.’

‘121- 겨울비가 계속 온다. 군복을 이용해 빗물을 받아 저장하고 있다. 샘물만으로는 부족하다.’

‘125- 중요한 발견! 서쪽 절벽에 굴들이 많다. 파도가 치지만 썰물 때 바위에 붙은 큰 굴들을 찾을 수 있다. 날것으로 먹기 어렵지만 구우면 맛있다.’

이도현은 흥분했다. 이것은 보물과 같은 정보였다. 130년 전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생존 노하우였다. 하지만 그는 갈등이 일었다.

이런 일본군 정보가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할아버지께는 면목이 없네...”

‘1210- 미우라 상병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갈매기 깃털을 모아서 옷 안에 넣으면 보온이 된다. 더구나 갈매기 알도 찾을 수 있다면 좋은 영양분이 될 것이다.’

‘1215- 바다에서 떠내려온 나무 조각들로 뗏목을 만들어보려 한다. 그러나 밧줄이 없어서 어렵다. 옷을 찢어서 밧줄을 만들어야 할까?’

날짜가 지날수록 희망적인 단어가 줄어들고 절망적인 낱말이 늘어났다.

‘1220- 뗏목이 완성되었지만, 바다에 띄우자마자 부서졌다. 파도가 너무 거세다. 겨울 바다는 위험하다.’

‘1225- 성탄절이다. 고향에서는 가족들이 내 안위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아내 유키코와 아들 다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1- 새해가 되었다. 기뻐할 일이 전혀 없다. 또 한 명이 죽었다. 이제 3명만 남았다. 식량도 거의 없다. 그동안 굴만 먹어서 바위에 붙은 식량이 사라졌다. 나무뿌리는 먹기가 고역이다.’

‘110- 야마다 중위가 미쳤다. 계속 바다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존재하지 않는 배를 향해 손짓한다. 정신적 충격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이도현은 몸서리를 쳤다. 고립된 상황에서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었다. 자신도 조심해야 한다고 그는 다짐했다. 벽면 맨 아래쪽에는 마지막 기록이 있었다. 글씨가 많이 흔들리고 흐려져 있어서 간신히 읽을 수 있었다.

‘115- 이제 나 혼자만 남았다. 야마다 중위는 바다에 뛰어들었고, 스즈키 병장은 어젯밤 죽었다. 100일은 정말 긴 시간이었다.’

‘120- 희망이 없다. 아무도 우리를 찾으러 오지 않는다. 동중국해 근해에서 실종된 일본군을 누가 찾겠는가. 전쟁 중이라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글을 읽어내리던 도현은 눈동자를 멈췄다. 여기 위치가 동중국해라는 문구가 정확히 새겨진 것이었다. 그는 의문이 앞섰다. 서해 남단에서 어떻게 자신이 여기까지 왔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제주도 북쪽 해역까지 접근한다는 선장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으나 동중국해는 거리가 멀었다. 다음 문장을 읽기 전에 그는 잠시 중얼거렸다.

동중국해?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일제의 기록으로? 가족에게 돌아가려면... 이 정보가 소중하잖아? 더 읽어보자...”

‘125- 몸이 너무 약해졌다. 일어날 수도 없다. 이제 정말 끝인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 이 기록을 읽는다면... 부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마라. 나는 갈매기만도 못하다. 새들은 물고기를 잡는 기술로 살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이런 말이 새겨져 있었다.

유키코, 다로... 사랑한다.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이도현은 잠시 말을 잃었다. 130년 전 이곳에서 홀로 죽어간 한 사람의 마지막 순간이 그대로 전해져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 절절한 마지막 인사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것이었다.

왜 일본군의 그리움이 이렇게 와 닿는 거지? 같은 인간이라고 해서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닌데...이 정보를 쓰는 것 자체가 증조할아버지를 배신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내가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

이 기록들은 소중한 교훈이었다. 다나카 이치로가 3개월 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체계적인 생존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도현은 호롱불을 들고 동굴을 나왔다. 이제 그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 나은 생존 계획을 세우기로 작정했다.

그래, 우선 식량 확보가 우선이다...”

먼저 식량을 구하는 게 급했다. 다나카의 기록에 따르면 서쪽 절벽에 굴들이 많다고 그랬다. 그러고는 갯바위 틈에 게 잡는 함정을 만드는 방법도 알려줬다. 또한, 갈매기 깃털을 이용한 보온법도 유용했다. 겨울이 다가오면 추위가 가장 큰 적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실패한 것도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뗏목 제작은 실패했다고 했지만 겨울 바다는 너무 위험해서 탈출 시도는 무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신적 충격 관리도 중요했다.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생존의 핵심이었다.

명상으로 마음의 안정을...”

다나카의 기록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은 구조 신호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도 신호 화약을 쏘고 깃발을 세웠지만 실패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130년 전과 지금은 달랐다. 현재는 위성도 있고, 수색 기술도 발달했다. 그런데도 더 효과적인 구조 신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도현은 섬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다나카 기록에서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구조 신호를 만들어볼 작정이었다.

저기까지 오르자...”

산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정말로 망망대해였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나카 이치로와 그의 동료들이 3개월 넘게 버텼는데, 자신이 며칠 만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자...”

동굴로 돌아온 이도현은 다나카의 기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생존 계획을 세웠다. 평소 업무에서 익힌 체계적 접근이 도움이 되었다. 문제를 세분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체계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 위기 상황에서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는 습관이 중요했다. 그는 다나카의 기록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곰곰이 생각을 정리했다.

, 배고품, 추위, 정신적 고통, 구조 신호...”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식량 확보였다. 다나카의 기록에 따르면 서쪽 절벽에서 굴을 채취할 수 있고, 갯바위 틈에 함정을 만들어 게를 잡을 수 있다고 기록했다. 갈매기 알도 구할 수 있다면 좋은 영양분이 될 것이고, 해초류를 수집해서 말려두는 것도 필요했다.

쉘터를 구축하자... 곧 겨울이니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보온 대책이었다. 갈매기 깃털을 모아서 옷 안에 넣으면 추위를 막을 수 있다는 정보는 유용했다. 동굴 안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연료로 쓸 나무들도 미리 모아두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 떠 밀려온 나무들을 모아 두자...”

물 확보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샘물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빗물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샘물 주변도 깨끗하게 정비해서 더 많은 물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구조 신호 또한 중요했다. 산 정상에 눈에 띄는 SOS 표시를 만들고, 연기를 피울 수 있는 재료들을 서둘러 준비하는 게 탈출할 기회였다. 햇빛을 반사할 수 있는 물건들도 찾아두는 것이 좋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마음의 평화라... 갈매기 울음소리를 음미하자...”

마지막으로 정신 건강을 지키는 것도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벽에 일기를 써가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했다. 다나카의 동료가 정신적 충격으로 미쳐버린 것을 보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체계적인 접근이 지금은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가 되었다.

다나카 글씨는 있는 그대로 쓴 거야... 과거의 사실이지...”

계획을 세운 후 이도현은 망설이지 않고 행동에 옮겼다. 가장 먼저 서쪽 절벽으로 다가가 다나카가 말한 굴들을 찾아보았다. 썰물이 되자 바위들을 조심스럽게 훑어보니, 정말로 큰 굴들이 붙어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양이 나왔다. 그는 굴을 따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일본군이 알려준 방법으로 살아남는다는 게... 잠시 생각을 멈추고 날것으로 먹어보니 비린내가 강했지만, 동굴로 가져가서 불에 구워 먹으니 제법 맛있었다.

일본군들이 이런 생굴로 몇 달을 연명했다니... 결국, 고갈되어 죽음을 맞았지만, 나 혼자라면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군. 아이러니하게도 침략자들의 지혜에 의존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제의 만행을 용서할 수는 없다. 다만... 극한 상황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만큼은. 민족을 초월한 아픔이군.’

다나카의 말이 맞았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단백질 걱정을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어서 갯바위 틈 사이에 조개껍데기로 게를 잡는 함정을 만들어보았다. 처음에는 요령을 몰라서 허탕을 쳤지만,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자 작은 게들이 하나둘 잡히기 시작했다. 바람에 날리는 갈매기 깃털들도 부지런히 모았다. 구명조끼 안쪽에 넣어보니 확실히 보온 효과가 있었다. 작은 변화였지만 체온 유지에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따듯하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갈 무렵, 이도현은 하루 동안의 성과를 되돌아보며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나카의 소중한 기록 덕분에 훨씬 효율적으로 생존 준비를 할 수 있었다.

130년 전 그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온갖 시행착오를 겪은 거였다. 하지만 자신은 그들의 뼈아픈 경험을 고스란히 배울 수 있었다. 난파된 군인들의 지혜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시대적 차이가 큰 희망을 주었다. 다나카가 살았던 시대에는 무선통신도, 인공위성도, 현대적인 수색 기술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아무렴... 실종자 수색을 계속할 거야...”

백두호 침몰 소식이 육지에 전해졌다면, 벌써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해양경찰도 있고, 해군의 첨단 장비들도 있었다. 분명히 누군가는 자신을 찾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희망을 갖자...!”

특히 서해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때문에 해경의 순찰이 빈번한 해역이었다. 분명히 누군가 자신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할 일은 최대한 오래 버티면서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우선 기록된 글을 머리에 담자...”

동굴에서 호롱불을 켜고 다나카의 기록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의 절망적인 마지막 기록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동시에 배울 점도 많았다. 특히 다나카가 아내와 아들을 그리워하며 쓴 글들을 보니, 이도현도 자신의 가족이 떠올랐다. 딸과 아내와 함께 제대로 시간을 보낸 게 언제였을까. 업무가 바빠서 해외 출장도 많고, 야근도 잦았다. 생각해보니 자신과 가장 가까운 건 딸과 아내였다. 자신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그 슬픔이...

! 그동안 내가, 너무 후회돼! 잘할 걸...”

도현은 그간 아내와 딸에게 못해 준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가슴이 미어지는 건 다나카라는 일본 남자의 심정과도 같은 것이었다. 오로지 칼끝으로 정성스럽게 새긴 가족 이름들... 도현은 눈물이 찔끔 번졌다.

... 아내 말을 들었어야...”

아내는 항상 너무 일만 하지 말고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자고 했지만, 승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2학년인 딸도 아빠는 항상 출장만 간다며 투덜거렸다. 작년 딸 생일에도 출장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때 딸이 아빠는 일이 더 중요하구나라고 삐친 표정으로 말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 선물이 중요한 게 아냐... 시간을 쪼개서 함께 했어야지...”

이번 낚시도 사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또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했다. 만약 여기서 나갈 수 있다면, 정말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나카의 마지막 기록 유키코, 다로... 사랑한다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아내와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했을까? 일에 바빠서 그런 감정 표현을 소홀히 했던 거 같아 그는 또다시 울컥했다.

그래, 당신과 딸을 생각하니 외롭진 않네...”

그건 동시에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자신을 지탱해주는 큰 힘이 되었다. 수많은 어려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것도, 결국은 가족을 위해서였다. 도현은 벽면에 자신의 첫 번째 기록을 새기기 시작했다.

이도현(李道賢), 20241118. 셋째 날. 다나카 이치로의 기록을 발견했다. 그의 지혜를 바탕으로 생존 계획을 세웠다. 은주와 지민에게 반드시 돌아가겠다. 그리고 더 좋은 남편, 더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

호롱불이 벽면의 글자를 비추었다. 130 년의 시간 간격을 두고, 두 사람의 기록이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 과거의 절망과 현재의 희망이 같은 공간에 공존하고 있었다.

다나카 씨, 당신의 기록을 헛되게 하지 않을게요. 당신의 지혜로 저는 반드시 살아남겠습니다.”

밖에서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그 소리가 외롭지 않았다. 마치 다나카와 그의 동료들이 자신을 응원하는 것 같았다. 무인도에서의 셋째 날이 끝나가고 있었다. 절망적인 과거의 기록을 발견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이제 130년의 지혜를 등에 업고, 더욱 체계적으로 생존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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