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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생존 프로토콜

무인도 생존 프로토콜 6화 폭풍의 시작(3)

by yyu009 2025. 6. 17.

<태풍에 위기를 맞은 백두호 낚시꾼들>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오후 5, 강도식 선장은 더는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승객들에게 현재 상황을 알려야 했다.

승객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확성기를 통한 선장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무거웠다.

현재 기상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항구 도착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에 약간의 기계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선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이 선장의 말에 집중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곧 해결될 문제이고, 안전하게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게감이 실린 선장의 말투에서 승객들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선장님, 정확히 무슨 문제인가요?”

대기업 사원이 물었다.

엔진 냉각 계통에 소량의 해수가 유입되었습니다. 지금 수리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리가 아니라 버티는 것에 가까웠다. 이런 거친 바다에서 제대로 된 수리는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이도현은 선장의 말을 들으며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곧 배가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는 건가...?’

지금까지는 단순히 극기훈련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아내가 해준 말...

조심해서 다녀와. 사랑해.”

그때는 으레 평범한 인사였는데, 이제는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파왔다. 다른 승객들도 비슷한 심정인 것 같았다. 모두가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불안해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엄마, 우리 죽는 거야?”

스무 살 청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들을 지그시 바라보던 중년 부인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니야, 괜찮을 거야. 선장님이 안전하게 데려다주실 거야.”

아주머니가 아들을 달랬지만, 그녀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오후 530,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일어났다.

덜덜덜... ...!”

갑자기 엔진 소리가 멈췄다. 그런 후 배 전체가 이상하게 조용해졌다. 엔진의 진동이 사라지자 파도 소리만 더욱 크게 들렸다. 조금 후 조타실로 헐레벌떡 나타난 기관장이 낙심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외쳤다.

선장님! 엔진이 멈췄습니다!”

박만수의 절망적인 외침에 시선을 마주한 선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시 시동을 걸어봐...!”

안 됩니다! 완전히 멈췄어요!”

선장 강도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제 백두호는 완전히 무력한 상태가 되었다. 거센 파도에 휩쓸려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승객들도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엔진 소리가 없어지자 배가 파도에 밀려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인터넷 방송팀이 다급하게 물었다. 선장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엔진이 꺼지면 이 거친 바다에서 방향을 조종할 수 없었다. 물결치는 대로 흘러가는 낙엽과도 같은 것이었다. 얼마 후 백두호는 파도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배는 이리저리 밀려다니며 좀비처럼 흐늘거렸다.

으으으... 더 심하게 흔들려...”

멀미에 시달리던 승객들의 상태가 더욱 심해졌다. 엔진이 있을 때는 그나마 배가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파도와 같이 널을 뛰기 시작했다.

선장님, 구조 요청은 못 하나요?”

70대 노인이 물었다.

무선통신이 안 되고 있습니다. 핸드폰도 전파가 안 잡히고...”

완전히 고립되었다. 외부에서는 백두호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도현은 창밖을 내다봤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었다. 곧 어둠이 찾아올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밤이 되면 더욱 위험해질 거라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조타실 마이크를 손에 쥔 선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든 승객은 구명조끼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강도식 선장의 안내가 나오자 선실이 술렁였다. 구명조끼를 착용한다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라는 뜻이었다.

정말로 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대기업 사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안전 조치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선장의 말에는 확신이 없었다. 실제로 엔진이 멈춘 상태에서 이런 거친 바다에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도현은 떨리는 손으로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오렌지색 구명조끼를 입으니 상황이 더욱 실감났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구나...’

허리춤에 찬 빈 수통도 확인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몸에서 떼지 않고 있었다. 이왕이면 좀 더 부력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배낭에서 비닐봉지를 꺼내어 공기를 불어 넣었다. 그러고는 끈에 묶어 허리에 달았다. 오후 6, 해가 완전히 기울기 시작했다. 폭풍 구름 때문에 하늘이 더욱 어두워 보였다. 잠시 후면 완전한 어둠이 찾아올 것이었다. 밤이 되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더욱 위험해질 것이었다. 모두는 앞으로 닥칠 일을 알지 못했다. 그저 현실이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선장님, 혹시 비상용 발전기는 있나요?”

선실 내부를 촬영하던 인터넷 방송팀이 물었다.

있긴 한데...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쓸 수 있을지...”

전력도 제한적이었다. 최대한 아껴 써야 했다. 백두호는 계속해서 파도에 밀려 표류하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언제 육지에 도착할 수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지속한 나쁜 상황에서 승객들은 모두 불안에 떨고 있었다. 50여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과 함께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백두호의 운명은 이제 바다의 손에 맡겨진 상태였다. 파도 소리만이 적막을 깨뜨리며, 50명의 승객과 2명의 선원을 태운 백두호는 폭풍우 속에서 계속 표류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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